"3년 연속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믿고 보는 과학책"이라는 소개가 과학에 문외환인 내게 충분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저자의 바람대로 과학이 낯선 여러분들에게 과학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고 우리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발견하는 계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소개
강석기
서울대학교에서 화학을, 동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 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전문 작가로 전업하여 <동아사이언스닷컴>, <사이언스타임스>등에 과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SERICEO에서 <일상의 과학> 동영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은 책으로 <과학 한잔 하실래요?><사이언스 소믈리에>,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가 있다.
줄거리
Part 5 심리학/신경과학_샤넬 No.5는 염소 페로몬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일까?
식물에서 얻는 향료는 수백 가지나 되는데 동물에서 얻는 향료는 달랑 네 가지 뿐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데, 식물은 꽃, 잎, 열매, 줄기, 뿌리 등 다양한 부위에서 향기성분이 나오지만 사실 동물에서야 땀 냄새밖에 더 나오겠는가. 향수에 들어가는 동물성 향료가 있다는 게 오히려 놀라운 사실일지도 모른다. 먼저 용연향 ambergris이 있다. 이건 향유고래의 위에 있는 일종의 결석으로 너무 커져 고래가 토해낸 것이다. 다음으로 영묘향 civet이 있다. 사향고양이의 향낭에 모인 분비물을 채취해 얻는데, 짙은 갈색의 연고 같은 형태이다 처음 냄새를 맡아보고 역겨워서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낮은 농도로 희석하면 미묘하면서 섹시한 향기를 풍긴다고 한다. 세 번째는 해리향 castoreum으로 비버의 향낭에서 얻는다. 끝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사향 musk이 있다. 동서를 불문하고 오래전부터 고가에 거래 돼온 사향은 사향노루 수컷의 생식샘에 들어있는 분비물로, 역시 그 자체로는 불쾌한 냄새이지만 희석하면 대단히 매력적인 향기를 품긴다. 용연향을 뺀 세 가지 동물성 향료는 모두 생식샘에서 얻는다. 따라서 이들 향료에는 동물의 번식행동과 관련한 물질, 즉 페로몬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1921년 프랑스 파리. 당시 러시아 황족을 위해 일하던 유명한 조향사 어네스트 보Ernest Beaux는 심플한 원피스를 내놓으며 패션계를 전복하는 있는 디자이너 코코 샤넬 Coco Chanel의 의뢰를 받고, 샤넬의 정신을 담은 향기를 창조하는 프로젝트를 맡는다. 보는 과거 러시아에 머물던 어느 날 아침 안개가 축축이 깔려있는 호수를 거닐 때 인상을 향기로 재현하기로 했다. 원료를 아끼지 말라는 코코 샤넬의 말에 따라 최고가인 그라스 Grasse(향료의 메카인 남프랑스 도시) 장미, 그라스 재스민, 영묘향 등을 주원료로 해서 골격을 완성한 어네스트 보는 여기에 지방족알데히드라는 합성향료물질을 첨가하는 혁신적인 처방을 내놓는다. 지방족알데히드는 그 차체로 향기가 좋다고 보기 어려운데, 탄소사슬 길이에 따라 분자에서 시트러스향기와 복숭아향기, 지방냄새(양초에서 나는 냄새를 연상하면 된다)가 복합적으로 풍긴다. 코코 샤넬은 어네스트 보가 준비한 열 가지 견본(1번에서 5번, 20번에 24번)의 향기를 맡은 뒤 "5번이 좋군요"라고 촌평했고, 이 말 한마디로 향수의 대명사 <샤넬 No. 5>가 태어났다. 훗날 샤넬은 "그건 내가 기다리던 향기였다. 그 향기는 무엇과도 닮지 않았다. 여성의 향기가 풍기는 여성의 향수였다"라고 그 순간을 회상했다. 어네스트 보가 샤넬 No.5에 쓴 지방족알데히드 가운데 하나인 데카날 decanal은 탄소 10개로 이뤄진 분자로 오렌지향에 지방냄새가 섞인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에 숫염소에서 발견된 페로몬 4-에틸옥타날은 탄소 8개인 옥타날 골격에 탄소 2개짜리 곁사슬이 붙은, 역시 탄소 10개짜리 분자로 데카날과 분자식이 동일하다. 즉 데카날의 이성질체다. 따라서 그 향기도 데카날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문득 어네스트 보가 러시아의 안개 낀 호숫가를 거닐 때 주변에 풀을 뜯고 있는 염소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후각 천재 어네스트 보는 숫염소가 발산하는 4-에틸옥타날의 향기를 포착했고, 여기서 영감을 얻어 샤넬 No.5를 창조했던 건 아닐까.
느낀 점
2015년도에 발간된 책이라 다소 오래된 느낌의 책이긴 하나, 당시 과학 이슈 약 40여가지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었다.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클까?', '수영장에서 '쉬'하자 마세요 등 평소 궁금했을 법했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세월은 흘렀으나 당시 책에 소개되었던 여러 가지 내용들은 여전히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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