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기에 정부가 가계대출은 조이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는 풀라고 주문했다면, 언뜻 이해가 안 될 수 있는데요. 실제로 지난달 28일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을 불러 "확실한 자금공급"을 요청하면서 이런 상반된 정책 조합이 현실화됐습니다. 왜 이런 결정이 나왔는지, PF 시장 상황은 어떤지, 은행권이 안게 될 부담은 무엇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1. 가계대출은 조이면서 PF는 푸는 이유
정부의 부동산 금융정책이 언뜻 보면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가계대출을 계속 조이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 PF 자금은 오히려 확대하고 있죠. 금융위원회는 이를 두고 '일관된 수요관리 기조 하에서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집을 사려는 수요(대출)는 계속 억제하되, 집을 짓는 공급(PF)은 늘려서 장기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를 풀겠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PF 취급 상위 증권사를 불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권에 주택공급을 위한 "확실한 자금공급"을 직접 주문했고, 참석 은행들도 자금지원에 나서겠다고 화답했습니다.
2. 얼마나 풀리나, 47.8조원+α의 구체적 내용
숫자로 보면 이번 정책의 규모가 확실히 와닿습니다. 지난 13일 발표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주택공급 관련 금융지원 규모가 기존 26조 3000억 원에서 47조 8000억 원+α까지 확대됐습니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세부 내용을 정리하면
1) 정상 PF 사업장의 착공을 뒷받침하는 PF 보증을 올해 23조 원, 내년 33조 원까지 공급하고
2) 캠코 PF 정상화펀드를 3조 원으로 확대해 이를 마중물로 은행·보험권 PF 신디케이트론을 최대 5조 원까지, 금융업권 자체 PF 펀드는 10조 원 규모로 확충하며
3) 주거 사업장에 적용 예정이던 PF 자기 자본비율 규제 시행시점을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추는 방식입니다. 규제 완화와 자금 확대를 동시에 진행하는 그림입니다.
3. PF 익스포저는 줄었는데 연체율은 왜 오르나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금융권 전체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계속 줄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69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74조 3000억 원)보다 4조 5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2024년 6월 말(216조 5000억 원)과 비교하면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46조 7000억 원이나 줄어든 수준입니다.
그런데 신규 PF 자금은 오히려 다시 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신규 PF 취급액은 16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조 2000억 원)보다 5조 6000억 원, 50%나 증가했습니다. 즉 전체 규모는 줄이면서 사업성이 확인된 우량 사업장에는 새로 돈을 넣는 '선별적 축소'가 이미 진행 중인 겁니다.
문제는 남아있는 부실 위험입니다. 3월 말 기준 PF 대출 잔액은 115조 5000억 원, 연체율은 4.65%로 지난해 말(3.88%)보다 0.77% 포인트 올랐습니다.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C)' 또는 '부실우려(D)'로 분류된 여신도 16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 7000억 원 늘었는데, 이는 전체 PF 익스포저의 9.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4. 은행권이 떠안게 될 건전성 부담
결국 은행권은 두 가지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습니다. 부실 사업장은 정리하면서도, 사업성이 있는 곳에는 신규 자금을 원활히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죠. 금융당국도 이번 자금공급 확대가 '무분별한 PF 확대'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정상 사업장 신규 자금 공급과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매각을 함께 진행하는 기존 '투트랙' 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지원 체계도 강화됩니다. 금융감독원은 기존 부동산 PF 총괄지원센터를 'PF 금융애로 해소센터'로 확대·개편해 평가관리·신디케이트론·제도개선을 전담하고, 산업은행도 건설사 금융애로 해소센터를 설치해 건설사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은행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신규자금 공급 과정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책임을 면제하고, 신규자금에 기존 사업장과 다른 건전성 분류를 적용할 수 있는 한시적 규제완화도 올해 말까지 연장됐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는 강화된 상황에서 PF 확대까지 요구받다 보니, 보증부 PF와 신디케이트론, 우량 시공사·사업장 중심으로 위험을 통제하며 선별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가계대출은 조이면서 PF는 왜 확대하나요?
A. 정부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계대출)는 계속 억제하되, 집을 짓는 공급(PF)은 늘려 장기적인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Q2. PF 대출 연체율이 오르는데 자금공급을 늘려도 괜찮은가요?
A. 금융당국은 전체 익스포저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 확인된 정상 사업장 위주로 선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별도로 재구조화·정리하는 투트랙 방식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은행권 내부에서는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Q3. 47조 8000억 원+α는 언제까지 공급되나요?
A. PF 보증만 놓고 보면 올해 23조 원, 내년 33조 원 규모로 단계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며, 세부 항목별로 공급 시기가 다르니 정확한 일정은 금융위원회 공지를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요약하자면
정부가 가계대출은 계속 조이면서도 부동산 PF 자금공급은 47조 8000억 원+α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전체 PF 익스포저는 줄고 있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어, 은행권은 부실 사업장 정리와 우량 사업장 신규 지원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정부는 '투트랙' 정책과 규제완화 연장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리스크 관리는 결국 은행권 몫으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